의대 정원 확대 증원에 대한 감염내과 의사의 국민청원

 

2022년부터 총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생을 400명씩 매년 증원해, 총 4000명을 추가 선발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최근 있었습니다. 예상치못한 정책으로 총 4000명이나 증원이 불가피하게 된 의료 관계자들은 강한 반발심을 내비치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및 여당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공공의료의 개선과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시행하는 핵심 정책격으로 보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필요성을 느꼈고, 언제 또 새로운 전염병이 생겨날지 모른다는 입장일 것입니다.

 

 

이런 감염병 사전 차단은 현재 의료 수준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이죠. 아울러 전공 선택에 인기학과만 몰리다보니 기피·비인기과는 사실상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해당 정책으로, 늘어나는 인원들(年400명)을 일정 기간동안 지방에서 비인기과 관련 업무를 보게 하고 그곳에서 의사가 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총파업을 불사하면서까지 반발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와 관련 한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아래 내용으로 올라왔으며 청원 동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본인이 감염내과 의사라는 타이틀로 올라왔는데요. 미리 짧게 정리해본다면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 '기피과는 왜 안 하려고 하는지', '왜 지방에 가지 않는지', '환자도 왜 서울로 오려고 하는지' 등 근본적인 고민을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아래는 전문입니다. 모바일에서 잘 보이지 않으시다면 아래 활성화된 더보기를 눌러주면 되겠습니다. 

 

 

더보기

저는 감염내과 임상강사 입니다.

안그래도 바쁜데 코로나때문에 더욱 눈코 뜰새없이 바쁘지만 정부에서 의대충원을 하겠다는 이유중에 감염내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바람에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이 글을 작성합니다.

저는 코로나같은 신종감염병을 다루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다들 돈은 못벌고 힘들다고 기피하는 감염내과를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이름만 들으면 다들 아는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문의로써 배운것과 경험을 살려 감염내과 의사로써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해 구직활동을 시작했는데....
....일자리가 없습니다. 안그래도 다들 병원재정이 힘든데 코로나때문에 더 힘들어져서 새로운 의사를 뽑을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내년에도 상황이 나아질것 같지는 않습니다.

감염내과 의사, 그렇죠, 부족합니다.
그러나 감염내과 의사를 지속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습니다.
값싼 의료수가에 안그래도 재정이 어려운데 코로나같은 신종감염병이 한번 창궐하면 병원들은 더 힘들어지고 문닫는 병원들도 많습니다.

의대생을 10년간 4000명 더 뽑는다고 하는데,
그 4000명이 과연 의사면허를 딴 후에
1. 돈도 못벌고 힘들고 일자리도 없는 감염내과를 할까요?
2. 외래한명에 몇천원 겨우 받는 소아과를 할까요?
3. 힘들고 툭하면 소송당해서 문닫기 쉬운 산부인과나 외과를 할까요?
4. 4000명이 갈 일자리는 있을까요?

저처럼 돈에 관심없고 신종감염병 연구하고 진료보겠다는 큰 꿈을 꾸고 감염내과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게 우리나라 의료계 현실입니다.

의사 숫자를 늘리는게 해답이 아니라,
1. 비인기과, 기피과는 왜 비인기과, 기피과가 되었고 왜 의사들이 안하려고 하는지
2. 왜 지방에 남지않고 다들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오려고하는지 (의사들 뿐만 아니라 환자들 역시)
3. 왜 병원들은 의사가 부족해서 뽑고 싶어도 뽑을수가 없는지
좀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에 우리나라 의료계는 더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한의학과와 통합의대, 통합면허를 이야기하고있는데,
의사 입장에서, 특히 감염내과 의사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절대 침 못맞게 하고 한약 못먹게 합니다.
의학과 한의학은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학문이기는 하지만 접근방법에 있어서 정반대의 학문이고 절대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아이디어 자체에 통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의사인력을 활용해 의사인력을 증원한다고 하는데 한의사가 의사 역할을 할수있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한의사여러분, 의사가 되고싶으면 다시 의대든 의전원이든 들어가서 뼈 이름부터 외우십시오.
6년을 의학만 공부해도 어려운게 의학입니다. 저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1. 통합의대, 통합면허는 제발 없었던 일로 해주십시오. 이건 국민의 생명과 미래 한국 의료의 질에 관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감염내과에 대한 미련을 못버려서 조금 더 구직활동을 해볼 생각입니다. 제 오랜 꿈이었으니깐요.
그러나 그래도 안되면 감염내과 전문의 자격증, 박사학위 다 버리고 돈많이 주는 병원찾아서 돈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려고합니다. 이로써 감염내과 의사가 한명 더 줄겠군요.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진덕분에' 배지를 두개나 보내주셨던데, 그 의료진에 의사는 포함되지 않는것 같아서 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입니다. 이는 2006년부터 쭉 동결돼 온 것으로, 현재 OECD 회원국 평균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가 3.4명인 것에 반해 한국은 1.89명입니다. 이 같은 점이 정책 추진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이나, 만약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적합하지 않다면 현직자의 말처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의료계에서 강한 비판이 있었는데요. 머니S기사에 따르면 이를 '임기응변식 의사인력 수급조절 정책'이라고 의료계에서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오히려 의료의 질을 낮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입장이 달랐는데요. "의대 정원 확대는 꾸준하게 논의해왔던 내용"이라면서 선을 그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다른 차원에서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입시 관점으로 봤을 때 증원되는 의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재수, 반수와 같은 현상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 문이과 사이에서도 이과 선호 비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도 예측되는데요. 전문직으로 가는 문턱이 낮아져,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